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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싱] 누군가는 죄인이 돼야 한다

문학도 2024. 9. 21. 22:19
누군가는 죄인이 돼야 한다

 

 지금은 무지개다리를 건넜지만 나에게는 십여 년을 함께 했던 반려동물이 있었다. 내가 유치원을 졸업하던 날, 아빠의 품 속에 안겨 우리 집으로 온 강아지. 서로 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금세 가족이 된 만큼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일 또한 한 번 있었다. 맞벌이를 하던 부모님이 돌아오시기까지 나와 오빠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와 강아지를 데리고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러 나갔다. 몸을 숨기고 숨을 죽이고 있어야 하는 놀이라 기필코 들키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어디엔가 성급하게 강아지 목줄을 매고 달아났던 것 같다. 그리고 돌아왔을 때 그 자리에 없는 걸 보고 엄청나게 놀랐었다.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울음은 터져 나왔고 그래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울면서도 강아지 이름을 동네가 떠나가라 부르며 온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녔다. 다행히도 멀리 가지 않았는지 우리가 부르는 이름에 울음소리로 대답해 그 발생지를 따라 가 다시금 만날 수 있었는데 끝내 만날 수 없었다면, 반려동물을 잃어버려도 이 정도인데 피로 이어진 '자식'이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기조차 싫은 상황이다.

 

 이런 상상하기조차 싫은 상황에 처한 것이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 [미싱]의 주인공, 사오리(이시하라 사토미)다. 알고 보니 아이를 살해하고 은폐하려던 계모였다던지 하는 엄청난 비밀이 밝혀지지 않는 한 자식이 실종됐을 때 가장 슬픈 존재는 누구일까, 누가 뭐라고 해도 부모일 것이다. 안 그래도 2년 만에 열린 블랭크의 첫 콘서트라며 오랜만에 딸을 동생에게 맡기고 떠난 날 미우의 행방이 묘연해져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그녀에게 '악플'은 서슴 없었다. '육아를 포기하고 콘서트에 간 엄마의 자업자득'. 정말 얼굴 없는 그들은 미우를 진심으로 걱정해 안타까운 마음에 그런 댓글을 달았을까?

 

 하지만 '얘들은 우릴 공격한다고! 이런 글에 상처받고 죽기도 해!'라며 악플을 읽으며 상처받던 사오리도 딸의 실종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마지막에 미우와 함께 있었던 동생, 케이고에게 돌리기 마련이었다.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은 다 네 잘못이야.'라며 연락마저 끊어버리기에 이르는데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 해도 모진 말로 책임을 남에게 떠넘겨봤자 해소되는 건 아무것도 없으며 정당화 될 수도 없다. 그런데 요즘 인터넷 뉴스의 댓글을 읽다 보면 사람들은 '누군가는 죄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서로 끊임없이 폭탄을 돌리다 결국 터져버려 자살을 선택하는 이가 나오기까지 하는데 그렇다고 불꽃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꺼진 것 같았지만 또다시 자살의 원인을 밝힌다며 불씨를 살려내기까지 한다. 물론 그 불씨를 살려내는 행동에 '선의'가 보일 리는 만무하다. 그저 누군가 죽어도 끝나지 않는 폭탄 돌리기가 다시금 시작됐을 뿐.

 

 

 딸이 실종되고 나서도 모리시타 부부는 그리운 마음에 그녀의 생일에 케이크를 사 파티를 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부모가 고급 디저트 구입'을 했다며 '아이가 없어지고 나니 부모는 사치 삼매경'이라는 악플들이 쏟아진다. 단편적인 모습들만 보고 확신에 차 단정짓는데 그치지 않고 인터넷에 글을 남기기까지 그들은 '생각'이란 걸 했을까. 이 글이 불러일으킬 '화제성'에 기뻐하며 딸을 잃고 슬퍼하는 부부의 마음에 공감하기보다 좋아요 하나가 더 소중한 현대인들에게 어쩌면 '생각'이란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미싱]을 보면서 지금까지 본인이 잃은지조차 몰랐던 게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자식'을 잃은 것만큼이나 '인간다움'을 잃었을 때 그 어느때보다 비통해야 할 테니깐.

 

 
미싱
딸이 홀연히 실종되고 몇 달이 흘렀다. 엄마는 상실감을 감당하지 못해 괴로워 하지만, 온라인에선 가족을 향해 집요하고 악의적인 유언비어와 비방이 쏟아진다.
평점
-
감독
요시다 케이스케
출연
이시하라 사토미, 아오키 무네타카, 모리 유사쿠, 오노 카린, 코마츠 카즈시게, 호소카와 가쿠, 카토 신스케, 야나기 유레이, 미호 준, 나카무라 토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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