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문구] 어린 시절 문구를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아무튼, 문구] 어린 시절 문구를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김규림 <아무튼, 문구>를 읽고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하나씩 소환됐다.
생각해보니 내 어릴 적 추억들은 문구와 관련이 깊구나, 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
매일 아침이면 새로 들어온 문구가 있는지 확인하고 또 마음에 드는 문구가 있으면 구매했다.
그게 하루의 일상 중 꽤나 중요한 일이었고 또 그 일이 친구들 사이에서는 화젯거리였다.
어떤 펜이 새로 나왔고 이 색과 저 색을 함께 쓰면 예쁘고 어디에서 사는 게 저렴하고.
그 시절에는 일기장이나 교환장, 롤링페이퍼 등을 자주 썼으니 중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들수록 필요하지 않으면 문구를 사는 일이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문구를 좋아하지 않는 게 되어버린 것일까? 그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
나는 여전히 빼곡히 정리되어 있는 문방구나 문구점, 소품점 등을 마주치면
어느새 시선을 빼앗겨 구경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선뜻 구매하기는 망설여졌다.
'예쁘긴 한데, 쓸 데가 있을까?'라는 질문이 항상 뒤따라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음에는 들지만 실용성이 없다는 이유로 매번 사지 않은 걸 보니
나도 '실용성을 따지는' 어른이 되어버린 걸까, 싶다.
어릴 땐 '예쁘다'라는 게 우선이었는데 말이다.
그러다 <아무튼, 문구>를 읽고 작가의 삶을 들여다보니 너무나 즐거워 보였다.
그저 '예쁘다'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린 시절의 나처럼 문구를 구매하고
또 만들기도 하고 그것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직업마저 그와 관련이 있었다.
'몇 천원에 행복을 사는 것' 그것이 작가가 말하는 '문구 구매'였는데
나는 그런 간단한 원리를 알고서도 '실용성'이라는 비겁한 변명에
사고 싶었던 문구들을 다시금 제자리에 놓았던 것이다.
쓸모없으면 뭐 어때, 갖고 싶으면 살 수도 있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자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게다가 핸드메이드를 향한 작가의 생각조차 마음에 들었다.
손으로 만든 것을 가치 있게 여기고 계속해서 찾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건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미래가 조금은 덜 두려워졌다.
읽으면서 사실 '재미'보다는 '공감'이 많이 차지한 책이었는데
그렇게 공감하다보니 책 한 권을 금세 다 읽고 말았던 것이다.
어린 시절 문구를 좋아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문구란 학용품과 사무용품은 물론 딱지나 카드 모든 걸 포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들이 자라 독자가 되었으니 굉장히 공감하며 읽을 수밖에.*
아무튼 시리즈는 <아무튼, 떡볶이>에 이어 <아무튼, 문구>가 두 번째였는데
에세이는 정말 쓰는 사람에 따라 확연히 다른 느낌을 주는구나,도 느꼈다.
김규림 작가는 잘 알지는 못했지만 나도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몇 번이고 그의 작품들을 마주친 적이 있다.
손그림과 글씨가 매력적인 여행가,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꽤나 귀엽고 차분한 느낌의 작가였다.
<아무튼, 떡볶이>의 요조 작가와는 글의 느낌이 사뭇 다르다는 걸 읽어보면 알 것이다.
이 두 작가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도 그렇겠지, 라는 생각에 다른 아무튼 시리즈가 기대됐다.
*어린 시절 문구와 관련된 자신의 추억들을 회상해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오랜만에 생각난 문방구들과 함께 했던 친구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