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재료
다시금 독서에 취미를 붙이려는 내게는 재미있는 책이 필요했고 그런고로 베스트셀러를 찾았다. '전 세대를 사로잡은 위로와 감동', '100만 독자가 선택한 우리 시대의 이야기'! 처음에는 다소 거창하게 광고를 하나보다, 싶었는데 어느 도서관에 가도 대출중인 걸 보면 확실히 인기가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결국 빌려보는 건 포기했다.) 손에 들어 온 [불편한 편의점]의 첫장을 넘겼을 때 술술 읽히는 걸 보고 '그럴만 했구나!'라고 느꼈더라지. 그렇게 [불편한 편의점2]도 이어서 찾게 된 것이다. 독고가 떠난 청파동 ALWAYS에는 새 야간 알바인 홍금보가 그 자리를 꿰차 다리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재료는 말이었어.'라는 곽 선생의 말처럼 그 물꼬를 트게하는 '들어주는 능력'은 불편하다고 느껴지는 편의점을 다시 찾게 만들만큼 매력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인 짱구는 지금까지도 시즌이 이어지고 있는데 정주행을 하다 보면 어릴 때와는 사뭇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공중전화에서 동전을 넣고 통화를 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스마트폰으로 사진까지 찍고 있다니, 제대로 현실을 반영하고 있구나!라고 생각되는 대목들이 많았는데 [불편한 편의점2] 또한 그랬다. 코로나 시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소설이기에 누구나 흥미를 가지고 읽을만한 베스트셀러가 탄생하게 된 것 같았다. (사실 동시대가 아니면 현실고증에도 어려움이 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 책이 오랜만이라 더 반갑다는 점도 한 몫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다양한 세대가 소통의 부재로 겪었던 어려움이 하나, 둘씩 홍금보를 만나면서 풀어지는 전개가 희망을 가지게 하기도 했다. 자녀와 반대로 또 부모와, 취업이나 사랑으로 인한 문제로 고민하던 이들의 가슴을 뻥 뚫어주는 것이었다.
힘들 때 누구에게라도 말을 하지 않으면 점차 혼자서 끝없는 심해 속으로 떨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게 되는데 특히 '비교 암, 걱정 독'이라는 대사가 와닿을 것이다. 내가 뒤처지고 있다고 생각할 때 평소보다 더 남들과 비교하며 내 삶에 대해 걱정하게 되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마치 온 몸에 암이나 독이 급속도로 퍼져나가듯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내 힘든 면을 남들에게 드러낸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또 괜히 상대방까지 힘들게 만드는 건 아닌가 걱정됐다. (감정쓰레기통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내가 그럴까봐 겁이 났다.) 그러나 막상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해보니 오히려 이야기해줘서 고맙다는 말이 돌아왔고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역시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맞았던 것인데 알면서도 실천에 옮기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나 또한 [불편한 편의점2] 덕분에 용기를 얻고 남들과 연결될 수 있었기에 김호연 작가님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인간이 집단을 이루고 살아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인데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서는 알면서도 먼저 인사조차 하기 무색하지 않은가, 그렇기에 이 소설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사실에서 밝은 미래가 보이기도 했다.
'좋은 관계는 절로 맺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살피고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대사처럼 여러분도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다면 먼저 말을 꺼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말을 하지 않으면 결코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없듯이 소통의 부재란 결국 관계의 끊어짐을 야기하니 끊어지고 싶지 않은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용기내보길 바란다. 그만큼 소중하다고 여기는 상대라면 [불편한 편의점2]의 홍금보처럼 묵묵하게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테니깐 말이다.
- 저자
- 김호연
- 출판
- 나무옆의자
- 출판일
- 202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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