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우리 집에서 OTT 프로그램의 수혜자를 꼽자면 아빠와 나다.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치고 나서 편안하게 영화 한 편 골라 보고 자는 걸 좋아하기 때문인데 그런 아빠가 나에게 한 번 봐보라며 추천해 준 영화가 딱 하나 있었다. 바로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당시에도 보지는 않았지만 제목은 알고 있었을 만큼 워낙 유명해 여러분 또한 들어봤을지 모르겠다. '알겠다'라고 대답하고 나서 오랜 시간이 지나 지금에서야 보게 됐는데(이 자리를 빌려 아빠에게 사과한다.) 아빠가 딸에게 권해줄 만큼 온가족이 보기 좋은 영화니 따로, 또 같이 귀여운 밥의 매력에 빠져 보기 바란다.
어떻게 이런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마약 중독자로 치료를 받고 있던 제임스에게 한 마리의 고양이가 찾아오고 그로 인해 삶은 180도 변한다. 마약을 완전히 끊는 데 성공하고 길거리 버스킹, 빅이슈 잡지 판매까지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매번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이 화제가 되어 책을 쓸 수 있는 기회 또한 얻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까지 하다니 결코 혼자였다면 이룰 수 없었던 일들을 '둘'이기에 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평범한 길고양이가 함께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 의아하신 분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2]의 대사가 이 모든 걸 대변할 수 있다. "누군가를 돌보게 되면 삶의 의미가 생기거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거지."
제임스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던 이유, 그건 '책임감'이 아닐까? 이는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반려인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장점인 것 같다. 물론 반려동물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란 누구든 될 수 있을 것이며 그를 돌보며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기고 그 의지를 따라 행동하다 보면 지금보다 더 나은 나를 마주하게 되는 셈이다. 나에게도 밥처럼 사랑스러운 고양이 두 마리가 있는데 집에서 배를 드러내놓고 자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동물에게 배를 드러낸다는 건 주위에 위험 요소가 없다는 것으로 나와 이 집이 '안전하다'라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니깐. 이 공간을,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제보다 오늘 더 열심히 살아갈 힘을 얻을 수밖에.
여러분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책임지고 싶은 소중한 '누군가'를 만들어 보길 바란다. 그 효과는 굉장할 테니깐!
여담으로 어떻게 이런 귀엽고 똑똑한 고양이를 섭외했는지 감탄스러울 정도였는데 알고 보니 밥이 '본인 역'을 연기했다고 한다. 하긴 제임스 어깨 위에 올라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긴 했지! 요즘은 어떻게 지내나 궁금한 마음에 검색을 해 본 결과 안타깝게도 2020년에 차에 치여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니 처음 볼 때는 힐링되는 영화였지만 다시 본다면 눈물이 앞을 가릴 것 같아 못 보겠다. 고양이별에서도 늘 행복하길.
- 평점
- 8.8 (2020.12.24 개봉)
- 감독
- 찰스 마틴 스미스
- 출연
- 루크 트레더웨이, 밥, 크리스티나 톤테리-영, 니나 와디아, 팀 플리스터, 스티븐 맥콜, 데이지 배저, 팔두트 샤마, 셀린 존스, 쉬나 바테샤, 제러드 밀러, 포피 로우, 엘라 자비스, 어리사 에이, 토니 쿡, 시어런 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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