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존재를 지키는 법

존재감, '사람, 사물, 느낌 따위가 실제로 있다고 생각하는 느낌.'. 요즘 같은 세상에는 귀찮은 일을 떠맡지 않기 위해 스스로 존재감이 없는 편이 되기로 마음먹고 행동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존재감이 없다.'라는 표현은 부정적인 의미가 강할 것이다. 특히 타의적으로 존재감을 잃어버린 이들은 결코 '느낌'만 지워진 게 아닐 것이다. '존재해야 할 이유'마저 알 수 없게 됐을 때 결국 '비스킷 3단계'가 되어버리고 만다.
'비스킷?' 이 책을 처음 보자마자 제목에 이끌렸다. 그리고 첫 장을 넘겼을 때 재미있는 표현을 적절히 사용했다고 느꼈다. 주인공은 '자신을 지키는 힘을 잃어 눈에 잘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을 '비스킷'이라고 부르며 상태에 따라 세 단계로 구분하는데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 문학상 청소년부문 대상'을 거머쥔 작품답게 에둘러 말할 것 없이 처음부터 친절하게 설명해주니 아이들 또한 흥미를 가지고 계속해서 뒷 이야기를 궁금해할 수 있게 장치한 것이다. 게다가 구운 과자처럼 쉽게 부서지는 성향을 가진 이들이라고 하니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에 빠졌는지 단번에 이해가 가능할 테고 말이다.

하지만 위태로운 상황에 빠진 '비스킷'을 오직 '나'만이 발견할 수 있다고 해도 두 발 벗고 나설 이들이 몇 명 있을까?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나날이 심해지는 요즘, 오히려 도움을 주면 '호구'라 불리기 십상인데다가 물에 빠진 사람 구해 주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행동해야 하느냐, 주인공 또한 회의감이 들어 이 일을 관둘지 말지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갈팡질팡하는 상황 속에서도 실제로 위기에 빠진 상대를 마주치게 됐을 때 그냥 뒤돌아 가지 못하는 마음, 그게 바로 '인간'이니깐 품을 수 있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일은 어떻게 보면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주인공처럼 거짓말쟁이로 몰린다거나 원치 않는데도 정신 치료 센터에 맡겨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내 존재를 지키는 법'임을 깨닫게 된다면 그런 일쯤이야 아무렇지 않을 것이다. 인간으로서 존재할 때 비로소 '나'라는 인간이 뚜렷해질 거란 걸 아니깐. 여러분도 부서진 비스킷을 보게 된다면 먹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마시길. 모양만 달라졌을 뿐 그 풍미는 그대로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저 그 사실만 알아채주면 된다.
- 저자
- 김선미
- 출판
- 위즈덤하우스
- 출판일
-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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