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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메의 문단속] 만남과 헤어짐이 공존하는 공간

by 문학도 2023. 3. 27.
만남과 헤어짐이 공존하는 공간

 

 [스즈메의 문단속]이 개봉한다는 소식은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을 것이다. [초속5센티미터]부터 [언어의 정원],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이름만 들어도 '아, 그 영화?'라며 여러 장면들과 OST가 떠오르게 만드는 작품들을 탄생시킨 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신작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앞서 거론한 모든 영화를 본 사람으로 이번 영화 또한 자연스레 보게 되었는데 약 2시간 가량의 러닝타임이 무색할 정도로 순식간에 스즈메의 조급한 발걸음에 맞추어 빠르게 달려버린 듯 하다. (그만큼 전개가 느리지 않아 전혀 지루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스즈메와 소타라는 캐릭터의 매력보다는 (의자로 변한 소타와 다이진*의 매력은 어마무시했지만...) 신선한 소재에 푹 빠진 편이다.

 

 [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서의 '옷장'처럼 뭔가 비밀스러운 무언가가 숨어져 있을 것 같다기 보다 (어릴 시절 집에 혼자 있을 때 옷장 안에 누군가 숨어있지는 않을까, 생각해 본 적 없는가?) 매일 습관처럼 열고 닫는 문이었기에 감흥이 없었던 것 같다. [도라에몽]에 나오는 도구 '어디로든 문'처럼 다른 세상으로 이어주는 매개체로써의 역할은 색다르다고 할 수 없겠지만 문단속을 하는 과정에서 그 문을 사용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떠올릴 때 문이란 만남과 헤어짐이 공존하는 공간이라고 느껴게 되자 평소와는 다르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어서와'와 '잘 다녀와'라는 인사가 둘 다 어울리는 시설. 어린 시절 스즈메가 미래의 자신을 만나고 또 지금의 스즈메가 과거의 자신을 떠나보내준 곳도 문이 아니었던가.

 

 토지시라는 직업 또한 그렇다. 지진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본에서는 이렇게 미리 피해를 막아주는 존재가 있지 않을까, 상상해봤을 수도 있겠지만 (가문 대대로 이어져 온다는 점 또한 대를 이어 장인 정신을 불태우는 나라다웠달까?)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나로서는 듣자마자 '생활은 어떻게 해...?'라며 걱정이 먼저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소타 역시 토지시만으로는 수익이 없어 교사라는 번듯한 직업을 갖고 나서의 안정적인 활동을 계획하고 있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또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도 그 모든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토지시, 그런 사명을 가진 소타이기에 스즈메에게는 더 멋있어 보이지 않았을까. (물론 얼굴이 큰 퍼센테이지를 차지했겠지만서도...)

 

 지진으로 엄마를 잃은 스즈메와 그런 불상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막고 다니는 소타의 만남은 비단 스크린 속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자연재해를 겪은 사람들과 대비하고 구호활동을 펼치는 사람들. 이 구조가 그대로 굳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타에게 열쇠를 넘겨 받은 스즈메처럼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 사람이란 그렇게 서로를 도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그런 따뜻함을 [스즈메의 문단속]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스즈메의 문단속
“이 근처에 폐허 없니? 문을 찾고 있어” 규슈의 한적한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 ‘스즈메’는 문을 찾아 여행 중인 청년 ‘소타’를 만난다.  그의 뒤를 쫓아 산속 폐허에서 발견한 낡은 문. ‘스즈메’가 무언가에 이끌리듯 문을 열자 마을에 재난의 위기가 닥쳐오고 가문 대대로 문 너머의 재난을 봉인하는 ‘소타’를 도와 간신히 문을 닫는다.  “닫아야만 하잖아요, 여기를!”재난을 막았다는 안도감도 잠시,수수께끼의 고양이 ‘다이진’이 나타나 ‘소타’를 의자로 바꿔 버리고일본 각지의 폐허에 재난을 부르는 문이 열리기 시작하자‘스즈메’는 의자가 된 ‘소타’와 함께 재난을 막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꿈이 아니었어”규슈, 시코쿠, 고베, 도쿄재난을 막기 위해 일본 전역을 돌며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던 중어릴 적 고향에 닿은 ‘스즈메’는 잊고 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평점
7.7 (2023.03.08 개봉)
감독
신카이 마코토
출연
하라 나노카, 마츠무라 호쿠토, 후카츠 에리, 마츠모토 하쿠오, 소메타니 쇼타, 이토 사이리, 하나세 코토네, 하나자와 카나, 카미키 류노스케

 

 

 

* 처음에 스즈메가 요석을 뽑는 장면에서는 '여우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고양이였다. 자칫 악역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귀여운 얼굴을 믿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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