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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스위치] 뻔해서 좋은 영화

by 문학도 2023. 4. 8.
 뻔해서 좋은 영화

 

 97년생인 나에게 권상우는 드라마 남자주인공으로 먼저 얼굴을 알렸던 것 같다. 천국의 계단, 슬픈연가, 신데렐라맨...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추억의 드라마 속에서 주연을 맡아 그 유명한 소라게 짤을 생성하기도 했는데 자신의 그 모습을 다시금 패러디한 장면이 나오는 작품이 바로 이번 영화 [스위치]다. (소라게 짤을 알고 있다면 웃음 포인트가 늘어날 것이다.) 한창 이름을 날리던 유명한 드라마들이 방영될 때는 워낙 어린 시절이라 어떤 내용이었는지도 잘 떠오르지 않지만 권상우가 '유명하다'라는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나같은 아이들을 포함하여 모두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내가 그의 매력에 확실하게 빠져들기 시작한 것은 [탐정 : 더 비기닝]부터라 단언할 수 있다. 단숨에 [탐정 : 리턴즈]까지 보고 나니 비슷한 결의 영화같은 [스위치]가 반가울 수 밖에. 여주인공 또한 이민정(의 남편이 이병헌이라는 사실도 웃음 포인트 중 하나!)으로 탄탄한 라인업이었지만 1월 4일에 개봉하여 벌써 넷플릭스에 넘어온 걸 보면 흥행에는 다소 실패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지만 이런 코믹영화는 잠시 뇌를 내려놓고 아무 생각 없이 웃다가 또 울면서 보기 좋지 않은가? 뻔한 흐름에 뻔한 결말이지만 그렇기에 좋은 영화다.

 

 

실제로 싸가지가 있는지 없는지는 내가 알 수 없으니 그 점은 깔끔하게 배제하고 유명한 대한민국 배우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번 [스위치]에서의 '박강' 역할은 권상우에게 어렵지 않게 소화할 수 있었던 배역이 아닐까 싶다. 그야말로 톱배우가 연기하는 톱배우였으니깐 말이다. 그런 그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특이한 택시를 타게 되면서 일 년 동안 어쩌면 자신이 살았을 수도 있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오디션을 그대로 봐야 하는가, 아니면 뉴욕으로 떠나는 사랑하는 그녀를 잡으러 가야 하는가. 실제로 '박강'이 선택한 건 전자였으나 일 년 동안은 후자로 선택했을 때 펼쳐질 일을 체험하게 된 것이다. 부와 명예, 명성, 그 어느것 하나 없지만 그리웠던 수현과 쌍둥이 남매까지 낳아 살아가는 건 매일 아침 이 세계가 깨지지 않게 빌 정도로 행복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렇기에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늦지 않게 뉴욕에서 한국으로 와 전시회를 열게 되었다는 수현을 찾아가 꿈을 실현시키는데 뒤바뀐 인생 속에서도 다시금 연기로 조명받은 걸 보면 괜히 무명 연극배우에서 톱배우가 된 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했기에 이런 결말이 나쁘지 않았다. 그저 운으로, 한순간의 선택 하나로 뒤바뀔 정도의 운명이었다면 두 사람의 만남을 응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는 부와 명예, 명성, 거기에 사랑까지 쟁취했으니 그렇지 않았다면 질투날만하지 않겠는가.

 

 사람은 살아가면서 매번 선택의 순간에 부딪힌다.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일으킬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에 '그 때 그랬으면 어땠을까?'라며 후회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때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그로 비롯된 후회를 할지 안할지 또 알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현실에서는 [스위치] 속 '박강'처럼 또 다른 선택을 했을 때의 인생을 살아볼 수 없으니 그저 현재에 충실하면서 살아갈 수 밖에! 진부하다, 흔한 클리셰다, 라는 후기들이 많지만 뻔해서 좋은 영화도 있지 않겠는가. 그저 걱정없이 즐기면 되고 사랑하는 연인이나 가족들과 함께 본다면 더 좋을만한 영화라 할 수 있다. (물론 명작이라고는 소개할 수 없겠지만... 이런 B급 영화들은 그만의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박강'과 그의 아버지 이야기에 좀 더 세밀하게 파고들었다면 감동적인 요소가 진해지지 않을까 싶어 아쉬운 것도 있었지만 그렇다면 러닝타임이 늘어나서 지겨울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요즘 2시간 넘어가는 영화는 재생하기가 겁나더라...)

 

 

 

 
스위치
하룻밤 사이, 인생이 180도 뒤집어졌다! 캐스팅 0순위 천만배우이자 자타공인 최고의 스캔들 메이커 ‘박강’.화려한 싱글 라이프를 만끽하고 있지만,정작 크리스마스이브에 끌어안을 것이라고는 연말 시상식 트로피뿐.유일한 친구이자 뒤처리 전문 매니저 ‘조윤’을 붙잡아 거하게 한잔하고 택시를 잡아탄다.다음날 아침, 낯선 집에서 깨어난 ‘박강’에게생전 처음 보는 꼬맹이 둘이 안겨오고,성공을 위해 이별했던 첫사랑 ‘수현’이 잔소리를 폭격하며등짝 스매싱을 날리는 것이 아닌가?게다가 매니저 ‘조윤’이 천만배우가 되어그가 있어야 할 톱스타의 자리를 꿰차고 있는데…이게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180도 뒤집어진 인생에 속이 뒤집어지는 ‘박강’은불현듯, 지난밤 택시 기사가 무심코 건넨 한마디가 떠오르는데…“만약에 선택을 바꿀 기회가 생긴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평점
7.3 (2023.01.04 개봉)
감독
마대윤
출연
권상우, 오정세, 이민정, 박소이, 김준, 김미경

 

* 찾아보니 역시나 손익분기점은 145만, 누적 관객수는 42만. 톱스타였던 그가 평범한 가정의 아빠로 깨어나는 예고편을 보고 처음엔 예전에 재미있게 보았던 [미쓰 와이프]처럼 바디체인지 영화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미쓰 와이프]처럼 조금 더 강력한 울림이 없었던 것 같은데(파도 치지 않는 잔잔한 물결같달까.) 그 결과는 숫자로도 명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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