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떡볶이] 나는 갑자기 떡볶이가 먹고 싶어졌다
요조 <아무튼, 떡볶이>를 읽고
나는 갑자기 떡볶이가 먹고 싶어졌다.
마치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가 "배가 고파졌다."라고 말하듯이
이 책을 다 읽어갈 즈음엔 누구나 그러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요조는 이 책의 최고의 리뷰로는 '독자의 다음 끼니가 떡볶이가 되는 일'일 거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 리뷰는 '최고의 리뷰'인 셈이다. (다음날 나는 빨봉분식 떡볶이 치떡을 주문했다.)
<아무튼, 떡볶이>는 우연히 친구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라온 것을 보고 읽고 싶어졌다.
그 친구는 아무튼 시리즈가 작가들의 사랑을 가득 담아 다 재미있는 것 같다며 연신 추천해주었다.
작가들의 사랑이 담기다니, 알고 보니 이 '아무튼' 시리즈는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였다.
그러니 요조에게는 떡볶이가 한 마디로 '소울푸드'인 셈인 걸까?
나도 떡볶이를 좋아하는 터라 떡볶이 맛집들을 알게 될까, 기대했던 <아무튼, 떡볶이>는
사실 떡볶이 맛집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책이기보다는 떡볶이와 얽힌 요조의 이야기다.
요조는 떡볶이를 좋아하고 또 즐겨 먹지만 제일 중요한 건 떡볶이와 관련된 추억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떡볶이와 관련된 추억을 빼놓고 '요조'를 이야기하기엔 그 추억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
그만큼 떡볶이는 요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것이다.
음식은 '먹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먹었던 날을 기억하게 하고 분위기를 생각나게 하고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게 요조가 떡볶이를 회상하는 이야기를 듣자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지만, 그녀를 조금은 알게 됐다.
내가 가수로서 알던 요조가 글을 잘 쓴다는 점이 신기했고 (음악계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다 글을 잘 쓰나?
작사가 김이나의 <김이나의 작사법>*을 읽어보았을 때도 그 흡입력에 굉장히 놀랐었던 기억이 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이런 내용을 에세이를 써도 되나, 싶을 만큼 대담하기도 했다.
요즘 쏟아지는 에세이들을 내가 읽어보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굉장히 솔직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요조에게 떡볶이란 맛있다, 맛없다, 맛을 평가하는 음식이 아닌 그저 계속 존재하길 바라는 '자신'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세상에 태어났지만 존재하게 되어버렸으니 오래오래 살아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는 그녀,
마찬가지로 떡볶이도 요조와 함께 '오래오래 살아 있었으면'하는 게 아닐까. 일심동체처럼 말이다.
<아무튼, 떡볶이>를 읽고 나는 나를 이루고 있는 '음식'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물론 마켓컬리에서 미미네 떡볶이를 주문해야지, 라는 다짐과 함께 말이다.
*<김이나의 작사법>은 작사에 대해 관심이 생겨 찾아 읽어보게 된 책인데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곡은 가사가 먼저 쓰이고 작곡이 이루어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반대라고. 소수의 '싱어송라이터'들만이 가능한 이야기라고 한다. 그래서 작사에 대한 호기심은 바로 접었지만 한 번씩 흥얼거리게 되는 나만의 '노랫말'들이 언젠간 세상에 울려퍼지는 모습을 상상해보곤 한다.
'읽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니 마음 다 안다/눈부신 배설] 입에서는 똥이 아닌 말을 내뱉자 (0) | 2020.07.18 |
---|---|
[아무튼, 문구] 어린 시절 문구를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0) | 2020.07.11 |
[흑백다방/산딸기] 소문은 그 많은 뱀딸기를 먹지 못하게 했다 (0) | 2020.07.03 |
[캥거루는 캥거루고 나는 나인데/줄] 나는 무엇을 위해 줄에 서 있는가 (0) | 2020.06.14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단풍드는 날] 내 인생에 미니멀리즘을 실천할 때 (0) | 2020.06.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