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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변신] 악마보다 무서운 건 불신이 아니었을까

by 문학도 2020. 8. 10.

 

[왓챠/변신] 악마보다 무서운 건 불신이 아니었을까

 

왓챠 <변신>을 보고

 

 

 

<변신>이라는 영화 제목을 보고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을 떠올렸으나, 전혀 무관했다.

말 그대로 악마가 주인공의 가족으로 '변신'하기 때문에 이러한 제목이 붙은 듯하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변신보다는 '불신'이라 하고 싶다.

<변신>은 불신으로부터 시작해서 불신으로 끝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변신>에서 구마 사제로 등장한 배성우*.

마귀를 몰아 내쫓는다는 의미의 구마, 사실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그렇게 흔한 소재가 아니라 선뜻 관심이 갔다.

외국에 비해서 비교적 최근에야 몇 편 개봉이 되지 않았나, 싶다. 예를 들면 <검은사제>나 <사자>같은 영화들이 말이다.

<검은사제>의 강동원이나 <사자>의 박서준처럼 비주얼이 눈에 띄지 않아서인지 웃음기는 쫙 뺀 영화였는데

생각보다 스토리의 흐름이 듬성듬성, 주요 부분이 빠진듯한 느낌이라 '조금만 탄탄했더라면', 아쉬움을 자아냈다.

 

영화의 시작은 배성우의 구마 의식으로 막을 열게 되는데 이때 첫 '불신'이 등장한다.

전적으로 그에게 맡겨야 하지만 악마가 딸의 몸에 들어가 마치 그녀가 고통스러워하듯 호소하자

엄마는 참지 못하고 그를 향한 '불신'을 가득 안은 채 구마 의식을 방해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딸의 육체는 사망하고 그녀의 육체에 들어갔던 악마는 배성우에게 그의 가족들을 저주할 것임을 알린다.

 

악마는 배성우에게 저주한 내용 그대로 그의 형인 성동일의 가족 사이에서 가족의 모습을 하고

'가족이라면'* 행동하지 않을 만한 행동으로 다른 가족들을 공포로 몰아넣게 되는데 이때 두 번째 '불신'이 등장한다.

 

가장 가깝다고 생각할 수 있는 '가족'이지만, 지금까지 그래 오지도 않았지만, 그저 그 '형상'을 하고 있기에.

우리는 그저 보는 대로 곧이곧대로 믿어버리고 그게 다른 존재, 즉 악마임을 알게 된 이후에도

껍데기에 불과한 형상에 가족인지, 악마인지 구분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다.

 

가족끼리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 이는 악마보다 무서운 일이 아닌가.

영화에 등장하는 가족이 서로를 의심하는 상황이 나는 악마보다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나라면 보이는 것에 의존하지 않고 내 가족들을 전적으로 알아볼 수 있을까, 믿을 수 있을까?

 

한 번 싹트기 시작한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사람의 이성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를 본다면 느낄 수 있다.

 

지겹지는 않고 어느 정도의 긴장감이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되는 영화이기는 하나

많은 기대감을 안고 본다면 분명히 허점이 눈에 띄고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영화이다.

이런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거나, 타임 킬링용으로 보고 싶다면 추천하는 바이나

꽤나 고어한 장면들이 많이 연출되는 편이니 거부감이 있다면 보지 않기를 바란다.

 

*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영화에서 보고 꽤나 좋아하게 된 배우이다. 이 영화를 보고 <변신>을 본다면 그의 상반된 모습에 새삼 놀라지 않을까 싶다. 비슷한 이미지로 여러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매번 다양한 이미지로 새롭게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 역할마다 어색하지 않은 점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여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 같다. 시간이 난다면 그의 여러 필모그래피를 감상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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