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아빠를 빌려드립니다] 한 가정의 아빠로 살아간다는 것
왓챠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를 보고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제목이라니!
영화 속이라서 가능한 이야기겠지만 개연성이 없어도 너무 없어 영화의 완성도는 떨어진다.
하지만 이런 가족영화의 훈훈한 마무리는 놓치지 않았으니 눈물 한 방울 찔끔, 나오게 만드는 감동을 선사한다.
이 영화에서는 한 가정에서의 아빠, '채태만(김상경)'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현대 사회에서 엄마와 아빠의 역할 경계는 거의 허물어졌으니 '아빠'로 한정하기보다는 '부모'로 바라보아도 되겠다.
한 가정의 아빠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아직 부모가 되지 않은 나는 결코 100%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의미를 살짝 들여다볼 수 있는 영화가 바로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라고 생각된다.
채태만(김상경)이 이룬 거라곤 명문대학교라는 학벌 뿐, 도전하는 사업마다 실패하고 10년째 백수 생활 중이다.
그런 아빠를 엄마가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지칭*해 딸은 아빠를 쓸모없는 물건을 내놓는 나눔의 날에 내놓게 된 것이다.
이 날을 계기로 아빠는 본격적으로 아빠를 빌려주는 '아빠렌탈사업'을 시작하게 되는데
'아빠가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딸의 말에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이들에게는 아빠의 공백을 메워주었을지 몰라도
실제 가족들에게는 오히려 아빠의 공백을 만들어버리고 마는데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어려운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빠는 자신의 가정 안에서 중요했던 '아빠'라는 역할이 어떤 것이었는지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것이다.
'가족'이라는 익숙함에 그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나 혼자 가정 안에서의 역할을 단정 짓고 '잘하고 있다'라고 믿고 있지는 않았는지,
가족과 함께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를 보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건 어떨까.
*아이가 보는 앞에서 남편, 즉 아빠를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지칭한 건 잘못이나 사실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엄마, 문정희(지수)가 아닐까 싶다. 10년째 백수생활을 하는 남편을 잔소리하기는 하지만 그 생활 동안 인정받는 실력으로 미용실을 운영하며 가정을 이끌어온 것도 단연 그녀이며 남편이 동기들과의 모임에서 기죽지는 않을까, 낡은 구두를 보고 새 구두를 장만해주는 한편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오면서 후회하지 않는 건 너랑 결혼한 거야'라는 말까지. 그녀는 정말 훌륭한 '아내'이자 '엄마'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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